사람을 느끼고 싶은가요? 그 사람 가슴속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가을을 느끼고 싶은가요? 가을속으로 걸어가십시요.

책을 느끼고 싶은가요?

책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세요.

사람, 책, 가을,

함께 느끼려면 가을독서여행을 떠나보세요.

낭만이 담긴 발걸음은 가을이 주는 선물입니다.

가을하늘이,

황금들판이,

들국화 향기가,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갈대들의 속삭임이

마치 고향집 어머니 품속같습니다.

그 옛날 다산 적양용 선생은 한순간에 운명이 바뀌는 귀향을 가게 되지요.

천주교도 탄압사건으로 18년간 유배생활을 하게 됩니다.

40세 -58세까지 나이면 얼마나 왕성한 활동을 할 나이인가요?

정말 대단한 세월입니다.

운명을 바꾸고 역사를 바꾸는 남자의 진짜 삶을 살아야 할 그 엑기스같은 나이인데

유배지에서 귀향생활을 했다니...그 안타까움을 어찌 다 말할까요?

그러나 그는 참으로 운명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의 유배지 생활에는 특별한 철학이 있었습니다.  18년간 500권의 책을 저술할 수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놀랐습니다. 사실 저도.

첫째, 고독했습니다.  고독이 성장의 힘이라고 했지요.

둘째, 혼자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홀로 있는 시간은 내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보물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셋째, 자존심이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큰 세파가 가슴을 멍들게 해도 굽힐 수 없는 자존심이 있으면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가 홀로 걸었던 사색의 거리를 우리 일행은 아무 말없이 걸었습니다.

새소리, 바람소리, 낙엽뒹구는 소리, 자연의 소리가 내마음 언저리에 내립니다.

싱그럽고 맑아서 잠자는 영혼을 깨웁니다.

위대한 자연앞에서는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얄박한 지식을 논하지 말라. 그래야 자연이 들려주는 귀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법정스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자연의 소리에서 다산은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그려보았고, 백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상상했습니다.

위대한 역사속의 인물 베토벤, 레오다르다빈치, 나폴레옹등은 모두 사색의 시간을 즐겼습니다.

홀로 걸으며 외롭게 보낸 고독한 시간에 거대한 작품이 잉태되는 것이지요.

원목(原牧)에서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 생긴 것인가?”

“목민관이 백성을 위하여 있는 것이라(牧爲民有也)”

 탕론(湯論)에서는

“탕왕(湯王)이 걸(桀)을 추방한 것이 옳은 일인가?”, “신하가 임금을 친 것이 옳은 일인가?”

“천자는 여러 사람이 추대해서 만들어진 것이다(天子者 衆推之而成者也)”

“옛날에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추대했으니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추대하는 것이 순(順)이라”

다산은 목민심서 서문에서 군자의 학문은 수신(修身)이 그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은 목민(牧民 : 백성 다스리는 것)이라 했습니다.

『흠흠신서』를 지은 것도 법의 집행에서 억울한 백성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다산의 공부방법은 특별했습니다.

첫째. 큰소리로 읽습니다.

둘째, 배껴쓰기를 했습니다.

세째, 암송했습니다.

세 아들 글 읽는 소리에 춘향이 가슴이 쿵덕쿵덕 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신중하면서도 용기를 지녔던 다산, 중앙과 지방에서 두루 행정경험을 쌓았던 다산, 장차 명재상이 될 것이 예상되었던 다산, 조선을 새롭게 했으리라 기대할 수 있었던 다산. 그러나 다산은 먼 귀양길을 떠났지요.

그가 보낸 유배지 18년의 세월속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고 7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고산 윤선도, 그는 해남의 대표적인 시조 시인의 일인자이군요.

50만평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고택이 과히 놀랍습니다.  건축물이 그렇게 감각이 뛰어났음에 더 놀라웠습니다.

천문과 풍수가 녹아든 녹색의 장원에 한번 벌렁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보고 싶었지요.

고택 뒤에 우람한 기세가 흐르는 산이 자리하고 뜰 앞에는 광활한 들판이 여유자적 펼쳐져 있습니다.

마침 노을이 산 중턱에 걸려 그 황금빛을 자랑하듯 걸려 있었는데요, 노을빛이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그래서 남한의 명택100곳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불리우고 있군요.

참으로 부자였다는 사실에 또 놀랐네요.

근세에 회자되었던 “경상도 부자는 3000석을 넘기 어렵지만, 전라도 부자는 1만석이 넘는다”는 말도 영·호남의 지리적 차이 때문일까요?  아직도 그 주변에는 대부분 고산의 증손자들의 땅이 많다고 하니.

예술정신의 요람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보길도를 향했는데, 세연정의 정취에 취해버렸습니다.

아, 가히 아름다운 곳에 아름다운 생각을 하게 하는구나, 고산이 제주도에서 여생을 보내려다가 이곳이 너무 아름다워

평생을 머물게 되었다는 세연정,

자연을 친구로 만든 오우가 시가 가슴에 담아왔습니다.

오우가 - 윤선도

나의 벗이 몇이나 있느냐 헤아려 보니 물과 돌과 소나무, 대나무다.
게다가 동쪽 산에 달이 밝게 떠오르니 그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로구나.
그만 두자, 이 다섯 가지면 그만이지 이 밖에 다른 것이 더 있은들 무엇하겠는가?

[2]
구름의 빛깔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가 맑게 들려 좋기는 하나, 그칠 때가 많도다.
깨끗하고도 끊어질 적이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3]
꽃은 무슨 까닭에 피자마자 곧 져 버리고,
풀은 또 어찌하여 푸르러지자 곧 누른 빛을 띠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4]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날씨가 추우면 나무의 잎은 떨어지는데,
소나무여, 너는 어찌하여 눈이 오나 서리가 내리나 변함이 없는가?
그것으로 미루어 깊은 땅 속까지 뿌리가 곧게 뻗쳐 있음을 알겠노라.

[5]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곧게 자라기는 누가 그리 시켰으며,
또 속은 어이하여 비어 있는가?
저리하고도 네 계절에 늘 푸르니, 나는 그것을 좋아하노라.

[6]
작은 것이 높이 떠서 온 세상을 다 바추니
한밤중에 광명이 너보다 더한 것이 또 있겠느냐?(없다)
보고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나의 벗인가 하노라

여행은 설레임입니다.

어디로 가는 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책이 좋아 모인 전경련IMI,GAMP독서클럽 사람들,

더불어 함께 해서 아름다운 추억을 담겨졌습니다.

자연, 사람, 독서가 함께 어우러진 가을 독서여행은 이제 달콤한 추억의 한페이지가 되었습니다.

이 추억이 오래 오래 피어나길 희망합니다.

2009, 10, 21-22   다이애나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