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조찬 세미나
HIT : 751 WRITER : 다이애나 홍 DATE : 2008-04-04 13:39:47

Trend |얼리버드(Early Bird)시대…CEO 조찬강연회‘북적북적’

기사입력 2008-04-04 06:45

지난 3월 2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20층 대회의장. 오전 7시도 안 된 이른 시간에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인 4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경련 부설 국제경영원에서 주최한 ‘CEO 월례조찬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IMI 측은 “보통 조찬회에는 200여 명이 참석하는데 이날은 이보다 두 배 많은 400명에 가까운 기업 임원들이 왔다”며 최근 뜨거워지고 있는 조찬회 참석 열기를 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시작된 ‘얼리 버드(Early Bird)’ 열풍에 힘입어 조찬회에 참석하는 CEO들이 대폭 늘고 있다. ‘CEO 교육장’으로 통한다는 조찬회. 도대체 어떤 ‘메뉴’가 있기에 이처럼 CEO들이 몰려드는 것일까.
조찬회는 말 그대로 아침식사와 함께 특정 주제에 대한 초청강사의 강연을 듣는 자리다. 보통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펼쳐지는데, 기업 CEO들이 90% 이상 참석하고 그 외 임원이나 정부관료, 대학교수들이 자리를 메운다.

아침 7시면 모이는 CEO들

현재 CEO 조찬모임을 갖는 주요 경제단체로는 400회가 넘는 조찬회를 연 한국능률협회(417회)를 비롯해 전경련 국제경영원(245회), 한국표준협회(239회), 한국생산성본부(54회), 한국무역협회(23회) 등이 있다. 이들 단체는 월 1회꼴로 조찬회를 열어 평균 200여 명의 CEO들을 불러놓고 ‘경영관련 이슈’에 대한 강연회를 주관한다.

조찬회는 대개 조찬이 20분 정도로 간단히 끝나면 60분에서 90분에 걸쳐 초청강사의 강연, 이어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이 10여 분 주어지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단체가 1명의 강사에 하나의 주제로 강연회를 열지만 전경련 국제경영원이나 한국능률협회처럼 2개의 주제에 2명의 강사가 1, 2부에 나눠 강연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제조업 분야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며 금융, 제약 등의 업종에 종사하는 경영진들도 단골 참석자로 꼽힌다.

그럼 조찬회를 통해 기업 CEO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크게 기업경영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교류)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200여 명에 가까운 다른 기업 임원들과 함께하는 자리라는 이유만으로도 조찬회가 CEO들로부터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능률협회가 주관하는 조찬회에 참석하는 한 CEO는 “지금은 정보가 돈이 되고 기업경쟁력이 된다. 따라서 조찬회를 통해 동종업계의 숨은 정보는 물론 변해가는 시장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워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조찬회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는 CEO들도 눈에 띈다. 조찬회 안내장을 버리지 않고 모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조찬강연을 기다리는 CEO가 있는가 하면, 강연내용을 놓칠세라 직접 캠코더를 가져와 촬영하며 기록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참석자들의 열의는 CEO 본인들이 관심있어 하는 주제에 대한 강연이 마련될수록 더 뜨겁다.

3월 21일 열린 전경련 국제경영원의 월례조찬회가 대표적이다. 이날 강연회의 주제는 ‘신성장동력’. 김희집 액센츄어 총괄대표가 ‘한국경제의 신성장 동력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한다는 안내장이 발송되자 평소보다 2배가량 많은 400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해 국제경영원 측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조찬회 장소로는 보통 호텔이 꼽힌다. 전경련 국제경영원(전경련 회관 20층 대회의실)을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에서는 특정 호텔과 연간계약을 맺고 한 곳에서만 조찬회를 연다. 능률협회는 하얏트호텔, 표준협회는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생산성본부는 힐튼호텔을 이용하는 식이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이동규 CEO센터장은 “조찬회 장소가 자주 바뀌면 참석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조찬회는 항상 거기서 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한 호텔과 연간계약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장소를 두 곳에 나눠 조찬회를 여는 경우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강사의 사정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둬 조찬회 날짜가 분명치 않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두 곳을 조찬회 장소로 확보해놓고 있다.

인기연사, 관료에서 기업경영자로 선회

그렇다면 조찬회의 꽃인 ‘강연회’에서 강의하는 연사들은 과연 누구일까.

대개 정부관료와 기업경영자, 그리고 대학교수들이 조찬회 단골강사들이다.

하지만 기업환경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만큼 CEO들이 선호하는 ‘인기강사’도 트렌드에 맞게 바뀌고 있다.

표준협회는 최근 238회까지 진행된 ‘최고경영자 조찬회’를 분석해 연사가 과거 관료에서 요즘은 기업인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경제 발전기였던 80년대에는 주로 정부 정책방향에 따른 기업 경영전략에 관심이 높아 상공부장관, 경제기획원장관 등 정부 관료들이 연사로 많이 초청됐다”면서 “그러나 90년대 이후부터는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영혁신을 주도하거나 회사 구조조정을 잘해 위기를 극복한 CEO들의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강사가 바뀌면 강의주제가 바뀌는 것은 당연지사. 주제 역시 과거 정부정책 중심에서 현재는 기업의 창조·혁신 사례 쪽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능률협회의 조찬회를 분석해보면 △70년대에는 오일파동, 월남 종전과 한국경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이 △80년대는 노사 정책, 올림픽과 기업의 역할, 컴퓨터 반도체, 한미통상 정책 등이 △90년대는 중동 정세 변화, 과학기술 정책, 국제통화기금, 경제회복 방안 등이 △2000년대에는 남북한 관계, 중국시장 진출, 디지털 기업화 등이 강의주제로 다뤄진 것을 알 수 있다.

국제경영원 조찬회 역시 과거에는 정부의 장·차관을 비롯한 정치계, 학계의 유명인사들의 강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홍보성 강연이나 학계의 아카데믹한 강연이 사라지고 최근 들어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의 실무적인 강연이나 컨설팅 회사의 새로운 경영·경제 정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강사에 대한 전문성이 높아지다 보니 강사 선정절차도 엄격하다. 통상 2개월 내지 3개월 전에 강사를 선정해 해당 강사가 충분한 자료수집과 전문성 높은 강의를 펼칠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할애해준다.

그러나 이에 앞선 선정절차는 훨씬 더 까다롭다. 대부분 경제단체에서는 ‘강사선정’을 위한 별도의 인사위원회까지 구성해 놓고 있다. 능률협회의 경우 조찬회 개최 3개월 전에 이미 강사 선정을 끝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경영자교육위원회’와 사무국이 동시에 강사를 추천하고 최종적으로 강사를 선발하는 과정을 거친다.

국제경영원 역시 강사 선정을 위해 분기별로 ‘운영위원회의’를 별도로 연다. 이 운영위원회는 금융, 제약,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CEO로 활동하는 운영위원 26명과 자문교수 6명을 포함해 총 34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진욱 기자(action@ermedia.net)

호텔은 지금 ‘아침손님’ 맞이 중

‘건강 조찬 먹고 강연 들으세요’

조찬회 개최장소가 대부분 호텔이다 보니 시중 호텔들이 최근 들어 ‘아침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조찬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있다.

‘얼리버드’ 열풍에 따른 조찬강연이나 조찬 세미나 등 아침모임의 수요가 부쩍 많아진 때문이다. 특히 조찬 프로모션은 서울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라마다 호텔&스위트는 기침과 천식에 좋은 도라지를 비롯해 숙취해소에 좋은 칡, 항암에 효과 있는 부추 등 환절기에 좋은 식재료를 중심으로 조리한 ‘약선조찬’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서울프라자호텔도 자체 일식당인 고토부키를 통해 전복죽정식과 흰밥정식을 선보이고 있으며, 뷔페 레스토랑 세븐스퀘어에서는 아침메뉴를 보강해 3만2000원에 내놓는 등 적극적인 조찬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 웨스틴조선호텔의 나인스 게이트에서도 2만8500원부터 3만2000원까지의 다양한 조찬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그랜드하얏트서울 역시 로비 식당 ‘테라스’를 개보수하고 아침 6시부터 이용가능한 조식 뷔페 메뉴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조찬회 운영해보니…ㅣ 이승원 한국능률협회 본부장

“이제는 인문학이 새로운 경영 트렌드”

▶조찬회가 너무 CEO 중심으로만 이뤄지지 않는가.

그런 부분이 많다. 하지만 조찬회 대상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최근 들어 CEO들과 별도로, 지식충전과 교류를 위해 조찬회를 마련해 달라는 임원이나 부서장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능률협회는 그동안 격월로 진행해 왔던 임원, 부서장 대상 조찬회인 ‘21C 리더스모닝포럼’을 매월 편성해 경영의 분야별 전문가나 실무 임원을 모시고 사례와 실무중심으로 조찬회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조찬회 테마가 있다면.

인문학이다. 비경영 분야에서 경영의 해법을 찾고 이를 토대로 한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것이 조찬회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기업 경영이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기존 경제경영에 대한 학습으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경영을 펼치는 데 한계에 도달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하자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비경영 부문을 테마로 한 조찬회를 실제 계획 중인 걸로 아는데.

4월부터 다양해진 경영자들의 지적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문학의 근원인 철학에서 창조경영의 모티브를 찾는 조찬강연회인 ‘지혜의 향연’을 진행한다.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하자는 것이 이 강연회의 목적이다. 4월 8일 첫 강연회가 열린다. ‘리딩 멘토’로 평가받는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주제별로 철학자를 초청해 대담형식으로 강연회를 진행할 것이다. 또한 사전에 참가자로부터 일상에서의 질문을 받아 이를 철학적 관점에서 해답을 찾아주는 방식으로 참가자 중심의 내용을 구성할 계획이다.

조찬회 참석해보니… ㅣ 박인주 (주)제니엘 회장

“생생정보로 가득 찬 ‘지식의 보고’”

▶조찬회 참여동기는.

인재를 아웃소싱하는 회사의 대표이사로 항상 ‘기업성장의 원동력은 지속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직원들의 교육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회사가 ‘인재사관학교’라는 별명도 듣게 되었는데 정작 나는 업무에 바빠 자기계발할 틈을 만들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전경련 국제경영원의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 참석하면서 ‘열성 조찬회원’이 됐다.

기억에 남는 조찬강연이 있다면.

작년 9월 이상진 에미레이트항공 지사장의 ‘두바이의 무한 상상력과 창조력’에 대한 강연이 기억에 남는다. 추석연휴 시작 하루 전에 진행된 조찬회여서 참가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의외였다. 당시 화두였던 ‘창조경영’과 ‘두바이’에 대한 참가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연휴와 상관없이 2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변함없이 참석해 조찬회에 대한 애정과 학습에 대한 열의를 보인 것이다. 과연 성공하는 CEO는 다르다는 생각을 그때 많이 했었다.

조찬회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조찬회에서는 생생한 정보에 ‘자극’을 얻는다. 새로운 정보를 신문이나 TV를 통해서보다 조찬회를 통해 먼저 얻거나, 강사가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로서의 고민을 진솔하게 털어놓을 때 공감을 느끼고 자극을 얻어간다.

CEO도 사람인지라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새벽부터 결연한 모습으로 조찬회에 나오는 경영자들과 우리 임원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지식·정보 외에 또 다른 자극을 안고 일상 업무로 돌아갈 수 있다.

누군가 조찬회를 일컬어, 상인들이 장사할 물건을 사러 새벽 장을 보러 나가듯, 조찬회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새벽 지식시장’이라고 한다는데 이 말을 매달 몸소 체험하고 오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