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과 다윈 서점가 점령
HIT : 576 WRITER : 다이애나홍 DATE : 2009-02-15 22:00:59
매일경제

링컨과 다윈 서점가 점령

기사입력 2009-02-15 17:42 기사원문보기
1809년 2월 12일, 미국의 한 개척자 집안에서 사내 아이가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던 이 아이는 자라서 변호사가 되었고, 정치에도 뜻을 두더니 대통령까지 된다.

바로 에이브러햄 링컨(1809~65)의 이야기다. 그런데 링컨이 태어나던 날, 영국에서도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거인'이 태어난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로버트 다윈(1809~82)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같은 해, 같은 날 태어난 이 두 명의 위대한 인물이 현재 한국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사실 '링컨'과 '다윈'은 출판시장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고, 계속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됐던 인물. 하지만 올해가 탄생 200주년인 만큼 두 사람에 대한 관심도 예년보다 뜨겁다. 작년부터 다양한 책들이 선보이고 있고 반응도 좋은 편이다.

특히 링컨의 경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원도 확실히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링컨을 역할 모델로 삼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링컨 다시 읽기' 열풍까지 불고 있는 것이다.

우선 링컨에 관한 책들 중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권력의 조건'(21세기북스)이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도리스 컨스 굿윈이 쓴 이 책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자신을 자격 미달로 몰아세운 라이벌까지 끌어안은 링컨의 '포용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링컨 탄생 200주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꼭 백악관에 가져가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다는 평. 우리나라에선 2007년에 나왔지만 요즘 다시 판매량이 올라가고 있다. 서영준 21세기북스 기획개발팀장은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1~2월에 판매가 50%는 늘어났다"고 밝혔다.

링컨 암살 이후 12일 동안 범인인 존 윌크스 부스를 좇아 체포하는 과정을 다룬 '맨 헌트'(제임스 L 스완슨, 행간)도 인기다. 책을 펴낸 출판사 관계자는 "작년에 나온 이후로 판매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 요즘 들어 주문량이 30~40%는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링컨:대통령이 된 통나무집 소년'(러셀 프리드먼ㆍ비룡소), '링컨:하나 된 미국을 꿈꾼 위대한 대통령'(브렌다 하우겐ㆍ아이세움) 등 어린이 책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다.

'진화론'의 다윈도 링컨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출간되는 다윈 관련 책들은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전 책들이 생물학적 관점으로만 진화론을 해석했다면 지금 나오는 책은 사회ㆍ경제 등 여러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진화론 전문가인 스티븐 제이 굴드가 '종의 기원'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 등을 이야기한 '다윈 이후'(사이언스북스)는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초판 2000부를 모두 팔았다. 인문서치고는 판매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게 출판사 관계자의 평.

또 장대익 동덕여대 교수가 진화론에 대한 논쟁을 흥미롭게 설명한 '다윈의 식탁'(김영사), 창조론을 진화론의 입장에서 비판한 '왜 다윈이 중요한가'(마이클 셔머ㆍ바다출판사), 진화론의 핵심을 반박할 수 있는 사례를 설명하고 진화론이 생물계에서 통하는 진리인지 되물은 '다윈, 당신 실수한 거야'(외르크 치틀라우ㆍ뜨인돌)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윈이 직접 쓴 '종의 기원'(동서문화사) 역시 탄생 200주년을 맞아 최근 재출간됐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