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 깊이를 주는 독서대
HIT : 720 WRITER : 다이애나홍 DATE : 2008-11-12 09:18:51

CEO's Desk |원석연 카티정보 사장

기사입력 2008-11-07 06:33

●불혹이 넘어 알게 된 새로운 세상

나이 서른에 패기로 시작한 사업이 15년 만에 연간 200억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좁은 사무실에서 몇 명으로 출발했던 업무공간은 이제 아담하지만 규모를 갖춘 사옥에서 45명의 직원으로 불어났다. 바로 솔루션회사인 카티정보의 얘기다. 처음에는 그저 반짝 아이디어에 불과했을지 모를 사업계획이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원석연 사장, 그의 책상엔 어떤 특별한 물건들이 있을까?

이야기에 깊이를 주는 ‘독서대’

원 사장 책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독서대였다. 두 개나 되는 독서대에는 각기 다른 책이 한 권씩 꼽혀 있었다. 알고 보니 집에서도 역시 두 개의 독서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왠지 사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쯤이었습니다. 사업한 지 10년이 넘은 시기였는데, 왠지 주변 사람들이나 업무로 만난 이들과의 대화가 맴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가 들수록 이야기가 더욱 깊이 있어져야 하는데 매일 비슷한 대화가 오간다는 것을 깨닫고 문득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도 처음에는 그저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상 위에는 늘 업무 관련 서류들이 쌓이기 마련이어서 읽던 책을 다시 펴기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독서대란다. 읽어야 할 책을 펼쳐 놓고 하루 종일 짬짬이 보는 것이다. 베스트셀러는 기본으로 읽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찾아서 본다. 이렇게 읽으면 한 달에 15~20권이나 되는 책들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그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다시 읽고 있었고, 이와 함께 영어 관련 책도 하루에 한 꼭지씩 부담 없이 본다.

그가 독서에 빠지게 된 것은 군대 시절, 정훈병으로 일하면서부터란다. 전우신문이나 각종 자료들을 만들다 보니 책을 읽게 됐고, 당시 삼중당 문고판 책들을 모두 읽었다. 또한 사업을 하게 된 계기도 바로 《데미안》 때문이란다. 원 사장은 “주인공이 싱클레어를 이끌고 가는 카리스마에 반했다”며 “지금까지 몇 번씩 읽고 있지만, 주인공과 같은 CEO가 되고 싶은 것이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라고 말했다.

원 사장은 회사에서도 독서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책 한 권을 정해서 전 직원이 읽게 하고 발표나 토론을 시키는 것이다. 매주 월요일에는 직원들이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10시에 퇴근한다. IT기업의 특성상 한 가지 분야에 빠지지 않고 폭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공부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때로는 업무에 관련된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게도 하지만, 매너나 에티켓, 최근 유행하는 트렌드 등을 공부할 때도 있다.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를 갖추는 것이 무척 어려웠지만, 이제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추세라고 한다.

불혹을 의미 있게 해준 ‘카메라’

원석연 사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코오롱정보통신에 잠깐 근무했다. 일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게 됐다. 나이 서른에 시작한 사업, 젊음과 패기가 최대의 무기였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하는 부담감, 시행착오는 늘 따랐다. 그렇게 10년을 앞만 보고 가다보니 어느새 회사는 훌쩍 커 있었다.

카티정보는 기업통신, 컨택 센터 등을 위해 콜센터 시스템과 각종 통신 인프라 등 솔루션을 공급한다. 114, 금융결제원, 해병대, GS홈쇼핑, 한국씨티은행, 교보AXA자동차보험, 동부생명, 현대증권, 노스웨스트 항공 등 수많은 회사들의 고객사다. 또한 세계적인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업체인 어바이어의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회사의 CEO는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늘 개인적인 나보다는 회사와 직원이 먼저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불혹이 지나면서부터 ‘나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과 그동안 놓치고 산 것들이 많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지요.”

원 사장은 단순히 사진 찍는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진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지부터 배웠다. 그렇게 사진을 공부하면서 그동안 알아왔던 것과는 다른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똑같은 풍경이라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문화코드를 이해하고, 이런 상상력이나 관찰력 등은 그대로 사진으로 넘어와 똑같은 사물도 다르게 느끼게 된 것이다. 사진 촬영도 수준급이어서 전문집단과 함께 사진전도 열었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블로그 등을 통해 사진일기를 쓰라고 권하고 있단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담배냄새 대신 ‘향초’를

원 사장이 5년 전 불혹을 맞으며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독서와 사진 외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금연이다. 그는 원래 꼼꼼한 성격이어서 무엇 하나 잃어버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갑이나 우산 등 자잘한 물건들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술과 담배 모두 끊으면 좋겠지만, 업무상 술자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담배를 끊었다. 결심한 순간 모질게 피우지 않았다. 뭔가 대신할 것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택한 것이 바로 향초였다. 가끔씩 피워놓으면 향기도 좋지만, 마음이 안정되고 무료함이 덜해진다고 한다.

“사실 처음보다 안정이 됐다고는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은 언제든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힘들지요. 최근에는 환율이 너무 올라서 걱정입니다. 미국 회사에서 1달러에 980원 하는 장비들을 구입했는데, 대금 지급일이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40% 이상 환율이 올랐거든요.”

그가 하는 일은 특성상 변화가 빠르다. 관련 장비들도 정기적으로 교체를 해줘야 한단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외국에서 조그만 장비 하나 구매하기도 망설여진다고 한다. 다행히 신규로 새로운 고객사들을 영입하는 것은 힘들지만, 기존 고객사들의 유지보수를 할 수 있어서 버티고 있다.

원 사장은 ‘위기가 기회’란 생각을 한다. 현재는 힘들지만, 앞으로 5년 후, 10년 후를 생각하면 그대로 앉아 있을 수만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왔던 일 외에도 기술 서비스를 제품화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문 기술이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란 전망하에 기술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인 것이다. 그대로 있으면 현상 유지밖에 안 되지만, 조금이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또 다른 것을 이룰 수 있다. 앞으로 그가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 25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Profile| 오스트레일리아 모나시 대학에서 컴퓨터 경영 석사를 받고 귀국해 코오롱정보통신에서 일했다. 이후 카티정보를 설립했다. 114, 금융결제원, 해병대, GS홈쇼핑, 한국씨티은행, 교보AXA자동차보험, 동부생명, 현대증권, 노스웨스트 항공 등 수많은 회사들이 카티정보의 고객사다. 지난 15년 동안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는 원 사장이지만, 독서와 사진, 금연 등으로 개인적인 변화는 물론 직원들에게도 ‘문화코드’를 강조하고 있다.


■진희정 CEO전문작가(jhj155@empal.com) 더 스토리 컴퍼니(The Story Company) 대표. 현재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성공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CEO처럼 기획하라》, 《CEO, 와인에서 경영을 얻다》, 《CEO, 책에서 길을 찾다》, 《고난이 심할수록 내 가슴은 뛴다》, 《내 인생 최고의 조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