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  [2008-05-27]  전략

"인재는 미래의 새로운 석유입니다. 전 세계의 '매장량'을 확인하고, 지금 당장 파이프 라인을 뚫어 인재를 끌어오지 않으면 안됩니다." 세계 3대 인력 스카우트 회사 중 하나인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Heidrick & Struggles)의 케빈 켈리(Kevin Kelly) 사장(CEO)은 "성공한 기업의 비결은 매우 간단하다"면서 "꼭 필요한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영국 런던에 출장 가 있는 그를 화상 전화로 인터뷰 했다. 비록 스크린이었지만, 세계 최고의 헤드헌터답게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이 전해졌다.

그는 "요즘 CEO를 뽑을 때 가장 많이 보는 자질은 풍부한 국제 경험"이라고 말했다. 글러벌화가 광속(光速)으로 진행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를 잘 이해하는 인재가 각광 받는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기업 환경에 가장 필요한 인재는 어떤 사람입니까?

"IQ(지능지수), EQ(감성지수)란 말을 들어보셨죠? 요즘 인재는 CQ(cultural quotient·문화지수)가 높아야 합니다. 요즘 뜨는 CEO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다양한 국제 경험을 갖췄다는 거죠. 일반 기업들의 경우, 업무의 약 40~50%가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만 봐도 요즘처럼 국제 영업 비중이 커진 적이 없잖습니까. CEO는 결국 의사 소통을 잘해야 성공합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일해봤다면 그만큼 국경을 넘나드는 의사 소통에 자신이 있겠죠."

―어떻게 하면 개인이 기업에서 커리어를 가꾸면서 클 수 있습니까.

"너무 멀리 바라보지 말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해 내세요. 10년 뒤에 무엇이 될 것인지만 너무 생각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소홀하게 됩니다. 너무 사내 정치(office politics)에 신경 쓰다 보면 자기 계발의 기회를 놓칠 수 있어요. 자신의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우리 같은 사람이 당신을 찾아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는 최근 'CEO'라는 책을 썼다. 글로벌 시대 CEO가 당면하는 문제점과 성공적인 CEO가 되는 비결을 묶었다. 그를 인터뷰한 날은 마침 그의 책이 미국과 영국에서 출판되는 첫날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 CEO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18~24개월이고, 세계 100대 기업 중 CEO가 10년 이상 살아남은 기업은 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CEO를 가장 스트레스 받게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제가 다른 CEO들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CEO로서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과 가장 괴롭게 만드는 게 뭐냐고.' 그런데 둘의 답이 똑같습니다. '사람(people)'이라는 거죠. 당신이 CEO가 되면 정말 멋진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으니 행복을 느끼죠. 반대로 온갖 종류의 다른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그들이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신지은 경제부 기자 ifyouar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