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좋은 곳을 찾아 헤매다녀도,

찾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니, 구석진 내 서재가 제일 좋더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그의 집은 세상에서 제일 작은 ‘좁쌀’만했지만,
그의 서재에는 온 세상이 들어 있었다”

19세기 조선시대 지식인들에게 서재란 어떤 의미였을까요?

‘담헌’ 홍대용, ‘연암’ 박지원, ‘여유당’ 정약용, ‘완당’ 김정희 등.

그들에게 서재는 사랑방이었습니다.

홀로 있을 때  책을 읽고,

손님이 오면 정겨운 대화를 꽃피우는 곳,

또 하나의 세상이었군요.

작은 공간,

큰 세상에서 ‘어진 정치’를 베푸는 것을 배웠고,

정조는 자신의 서재를 홍재로 이름 짓고, 『논어』 「태백泰伯」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매일같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를 책에서 찾았습니다.

‘이열(怡悅)’이란 무엇인가? (…) 이열은 즐겁다는 뜻이다.

그러나 즐거움에도 예외가 있다. 그것은 바로 관직에 있는 사람의 즐거움이다.

관직에 있는 사람은 혼자서만 즐거워해서는 절대 안 된다.

관직에 있는 사람에게는 국민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는 것이 진정한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관직에 있는 사람은 개인이 아니라 공인이기 때문에 그렇다. (150쪽)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서재를 ‘여유당’이라 이름 짓고

그 안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학자로서의 삶의 태도를 아로새겼군요.

여유당의 ‘여’와 ‘유’는 노자의 다음 말인데,
여(與)가 겨울에 시내를 건너는 것처럼 하고,

유(猶)가 사방에서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듯 하라.

비록 알아주는 이가 많지 않아도,

지식인은 서로를 알아보는 지음과도 같은 친구들이 있었기에 행복했고,

서재는 학문을 닦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특별한 취미를 가진 자에게는

자신의 귀중한 컬렉션을 모아두는 비밀스런 박물관과 같은 공간이었으며,

친구들과 함께 노니는 살롱이기도 했네요.

그렇군요.

작은 공간이지만,

큰 세상을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곳,

그곳이 선조들에게 사랑방이었습니다.

다이애나홍 드림